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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뱀 클림트의 <I>

 

물은 생명의 원천입니다. 물을 생각하면 엄마의 몸속이 생각납니다. 우리는 새 생명이 탄생하기 전 어머니의 양수 속에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물을 소재로 그림을 그린 화가들이 많아요. 클림트는 물에 떠있는 여자를 소재로 한 그림을 여러 번 그렸어요. 그가 그린 물속의 여자들은 '인어의 몸'을 가졌습니다. 보통 그림에서 인어의 하체나 물고기는 남근을 상징합니다.

클림트 그림에서 여자 주변에 있는 물고기는 남자를 상징해요. 클림트의 작품을 보면 남자들이 그림에 직접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남자를 암시하는 작품이 많아요. 제우스가 특이한 황금 비를 맞으며 달콤한 사랑을 나누는 다나에의 모습은 남성이 직접적으로 묘사되지 않았음에도 극도의 에로티시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이 작품에서 황금비는 남성 제우스를 상징합니다.

'미즈뱀1'은 에로티시즘의 극치로 여겨지는 작품입니다. 신화에 나오는 것과 같은 물고기는 모두 똑같이 신비롭고 유혹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관능적인 남성성을 지닌 물고기는 그저 아름다운 여인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역할로만 그려져 있습니다. 매혹적인 물고기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물 속의 두 여자는 서로 탐닉하며 정신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흐르는 물 속에서 보는 우리를 더 몽환적이고 신비롭게 만들고 있어요.

물뱀 1을 보면 처음엔 두 여자가 화면에 등장하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하고 한 여자의 관능적이고 음욕적인 얼굴에 눈이 갑니다. 그녀의 얼굴은 매우 아름답고 에로티시즘의 극치에 달해요. 주변의 물뱀들이 그녀의 그런 모습을 더욱 몽환적이고 신비롭게 떠받치고 있어요.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사랑하는 두 여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사랑을나누는두여인의모습은물에비친자기자신의모습을보고사랑에빠진나르키소스를떠올립니다. 자기애와 사랑에 빠진 것입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유럽 전역에서는 새로운 미술의 흐름인 아르누보(Art Nouveau)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다. 유럽 국가 중에서는 여전히 미술계통에서 변방으로 취급되는 오스트리아에도 이 흐름이 전해져 구스타프 클림트를 비롯한 젊은 작가들은 빈에서 분리파(Secession)라는 이름으로 모였다. 비록 이 작품을 제작할 무렵에는 분리파에서 탈퇴한 상태였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미술의 길을 찾고자 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이국적인 문화에도 관심을 보였다. 1903년에는 6세기경 비잔틴 문화가 번성했던 이탈리아의 라벤나(Ravenna)를 두 번이나 방문했다. 그곳에서 그는 비잔틴 시대의 모자이크를 쉽게 볼 수 있었는데, 특히 화려한 모자이크로 옷에 기하학적 무늬를 새기면서도 얼굴과 손 등 몸에 음영까지 표현한 비잔틴식 모자이크에 매료돼 깊은 영향을 받기도 했다.이 작품에서도 여체의 상반신과 얼굴, 머리카락 등 몸이 드러나는 부분은 사실감이 돋보인다. 반면 물고기의 꼬리처럼 보이는 하체와 배경은 마치 기하학적 파편처럼 평면화돼 있다. 수초나 여인의 머리 위 곡선에 채색된 금빛도 비잔틴 벽화 속 성인의 후광을 연상케 한다. 위아래로 긴 화면의 전체적인 비례는 일본 판화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일본 판화 중 우키요에 판화 중 하나인 주화의 비율이 이와 같기 때문이다.비록 형식적인 면에서는 이국적인 문화를 도입했지만 내용적인 면에서는 클림트 특유의 관심이 엿보인다. 마치 인어처럼 표현된 두 여인이 물살에 흔들리는 모습을 통해 에로틱한 여인의 몸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물살에 흔들리는 여체의 관능미를 표현한 것은 클림트의 다른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특히 금붕어라는 작품에서도 눈에 띈다.